노진아, <음을 걷다>, 2019. 인터랙티브 프로젝션매핑, 가변크기.
‘음을 걷다’는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연주하는 인터랙티브 사운드 영상 작품이다. 조선 세종이 창작한 봉래의 중 「치화평」의 1장, 해동장의 주음을 따서 작가가 재해석하여 실시간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아쟁의 음원을 이용하여 연주되도록 하였다. 영상 이미지는 마치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먹으로 긋는 획인 듯, 혹은 관객을 쫒아 다니는 가상 생명체인 듯 빠른 속도로 생명력 있게 움직인다. 관객이 걸음을 기록하듯 그려지고 사라지는 이미지들은 우리의 발자취와 같다.
치화평은 이제 악보로만 전해지기에 그 원형을 알 수가 없다. 기준 박의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악보만을 이용해 새로이 해석된 치화평은 과거의 그것과 얼마나 동일할지, 치화평이 담은 마음과 역사는 무엇인지, 현세를 사는 우리는 한참 거슬러서 과거를 다시 밟아 올라가고 있다. 관객의 움직임으로 한 음 한 음 연주되는 ‘음을걷다’는 변주되는 리듬을 통해 치화평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. 이는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씩 만들어가는 우리의 역사이다.